솔직하게


 솔직하게 말해야 되겠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고 이중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가짜라는 의식이 어딘가에 숨어 있고 진짜 생활은 다른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런 상태가 계속되는 것일까?
 8년 전에 한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한국생활도 물론 적응된 면도 있었고 적응 못한 면도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었다. 그 때도 이중의 아이덴티티는 있었던가? 아마 있었을 것이다.
 8년 전에 일본에 귀국하려 했을 때, 또는 귀국했을 때 내 의식 안에서는 이중의 생활, 이중의 아이덴티티를 청산하려는 무의식의 동기가 있었을 것 같다. 아마 일본에 귀국하면 아이덴티티에 관한 고민을 떨쳐 버리고 진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아니였던 것이다.
 일본 생활에 재적응은 무척이나 힘들었고 힘들 때는 한국 생활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렸을 때도 많았다. 왜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될까. 왜 인생을 이런 나라에서 낭비해야 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생활면에서도 연구환경으로 봐도 사실은 한 단계 일본 생활은 떨어진 느낌이 있다. 거기다가 일본적인 인간관께는 내가 일본인이라도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한국의 인간관계에 익숙해 보니까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힘든 시기는 몇 년이나 계속됐다. 사실은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까지 께속됐다 해도 될 것이다. 재적응에 거의 7년의 시간이 걸렸던 셈이다.
 그런 힘든 시간을 통해서 또 다른 아이덴티티가 생겨난 것 같다. 아마 나는 귀국 자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계 된 것 같다. 한국 생활은 신성화, 신화화 되서 아이덴티티의 한 구석에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러나 결국 나는 한국인도 아니고 또 일본인도 아닌 이상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된 것 아닌가? 아마 그럴 것이다. 내 아이덴티티는 이제 착지(着地)할 땅을 잃은 "사이"적인 존재가 된 것 같다. 나는 일본과 싸와야 되는 한편 사실은 한국과도 행복한 관게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메일 고민하고 싸워야 되는 슬픈 존재가 된 것이다. 슬픈 이야기다.